<칼럼> 남한산성 철학산책

서정욱 광주뉴스 국장(철학박사)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공짜를 바라는 사람들의 심리를 익살 섞어 과장되게 표현한 우스갯소리다. 몇 해 전 한 신문사가 새로운 여성 패션 잡지를 창간하면서 구매자 모두에게 고급 립스틱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는 광고를 냈더니, 하루 만에 창간호 30만 부가 모두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처럼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겨냥한 마케팅 방식이 이른바 ‘공짜 마케팅(free marketing)’이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는 마케팅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 중의 하나가 바로 ‘균형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공짜로 무엇을 받으면 두 사람 사이에 균형이 깨어지는데, 이 때 무엇인가를 받은 사람은 자신도 무엇인가를 줌으로써 그 불균형을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을 기업이 판매 전략에 활용한 것이 공짜 마케팅 방식이다. 기업으로부터 공짜 판촉의 혜택을 누린 소비자는 기회가 되면 자신이 받은 혜택을 되돌려 주려 할 것이고, 이런 심리적인 작용은 해당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등의 행위로 나타나게 된다. 

또, 공짜 마케팅의 경제학적 원리는 ‘한계비용’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계비용이란 생산량이 한 단위 증가할 때 늘어나는 비용이다. 가령 현재 10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이동 통신사가 새롭게 1000만 1번째 고객을 유치했다고 치자, 이 이동 통신사의 경우, 통신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네트워크 설비가 이미 갖추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설비 확충에 나서기 전까지는 추가 서비스에 소요되는 한계비용이 0에 가깝다.

반면에 고객이 3년의 사용기간을 약정하고 월 5만원의 사용료를 낸다고 가정하면, 고객 한 명이 늘어남으로써 얻게 되는 수입은 3년 간 180만 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동 통신사의 입장에서는 수십 만 원짜리 휴대 전화를 공짜로 제공하고서도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그러나 과거 치밀한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은 공짜 마케팅은, 투입한 비용을 뛰어 넘는 수익을 올리지 못해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그래서 현재 기업들은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공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으로 판매할 제품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공짜 혜택을 주거나,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에 한해서만 혜택을 제공하는 방법 등을 시도해 오고 있는 중이다. 

물론 공짜마케팅에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업입장에서는 불순한 의도보다는 긍정적 시각과 마인드로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한다고 봐야 한다. 공짜 마케팅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제품의 혜택을 얻을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 또는 자사의 상표를 대중화하여 장기적으로는 매출 신장을 유도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요즘 같이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있는 상황에서 기업은 보다 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 가야 서로 ‘윈윈’이 되지 않을까 쉽다. 

다만 적극적인 마케팅 기법이나 전략도 철저히 소비자의 눈높이를 겨냥해야 하는 시대가 바야흐로 도래된 만큼, 이제는 기업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오히려 소비자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이 열렸다는 점이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의 발전으로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게 된 만큼, 소비자는 결코 녹록치 않는 대상이 되었다. 급기야는 똑똑한 소비자를 일컫는 ‘스마트 컨슈머(smart(똑똑한)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가 자리 잡고 활동한지 오래다. 따라서 기업의 공짜마케팅 전략은 해가 갈수록 진화하여 마침내 ‘높은 문화수준’의 ‘첨병(尖兵)’역할까지 도맡아 하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 ‘나의 소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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